BCH 해시파워 전쟁의 여파는 컸다. 지난 14일 BTC의 심리 지지선인 6,000달러가 뚫린 데 이어 19일 낮 1시부터 16시간 동안 500달러가 하락하며 5,000달러 선마저 무너뜨렸다.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 총액도 약 2개월 만에 2,000억 달러를 내줬다. 20일 오후 1시 30분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 총액은 1,605억 달러 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속에도 '나 홀로' 선방한 암호화폐가 있다. 바로 리플(XRP)이다. 리플은 BCH 하드포크 스냅샷이 진행된 16일 이후 3일간 누적 22% 상승(비트파이넥스 XRP/USD 기준), 하락분을 만회했다. BTC의 5,000달러가 붕괴하며 주요 메이저 코인이 급락한 공포의 20일 새벽에도 6%대의 비교적 적은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라이벌' 이더리움과의 엇갈린 명암은 리플의 선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더리움의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는 동안 리플은 가격과 거래량은 동반 상승, 지난 14일 이더리움을 제치고 8일 만에 시총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더리움이 지난 14일 이후 오늘 오후 12시까지 29.71%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리플은 8.54%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 금융 기관 리플 서비스 채택, 단기 호재 부각

리플의 '선방' 원인으로는 주요 금융 기관의 리플 서비스 채택 소식이 꼽힌다. 

최근 리플은 호재성 이슈가 많았다. 지난 11월 18일에는 미국 코인베이스의 기관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보관 및 관리 서비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Coinbase Custody)가 자사 서비스에 리플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란 대규모 암호화폐 운용 수요가 있는 기관 투자자에게 스토리지, 보안 솔루션을 제공, 안전하게 자산을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 자산 수탁 서비스다. 이와 관련 암호화폐 미디어 비트코인 익스체인지 가이드(BitcoinExchangeGuide)는 "향후 기관 투자자가 리플 자산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앞서 코인베이스는 뉴욕 주 금융 당국으로부터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라이선스를 부여 받은 바 있다.

지난 15일에는 아세안 (동남아 국가 연합) 내 5번째로 큰 은행 CIMB그룹이 리플넷에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은행은 리플 솔루션을 통해 자사의 송금 서비스인 스피드센드(Speed Send)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텡쿠 다토 스리 자프룰 아지즈(Tengku Dato' Sri Zafrul Aziz) CIMB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리플의 블록체인 솔루션이 국가 간 송금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제고할 것"이라며 리플의 기능을 높게 평가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8년 동남아시아로 송금되는 예상 금액은 1,200억 달러(약 135조 원)에 육박한다.

리플에 대한 주요 기관 및 업계 인사 호평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과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이 암호화폐 중 리플의 에너지 효율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해당 기관이 리플(XRP),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비자(VISA, 신용카드) 등 결제 수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각종 암호화폐 운영에 따른 에너지 소모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리플 네트워크의 연간 평균 전력 소비량은 0.0005361TWh다. 비트코인(26.05TWh), 이더리움(9.68TWh)은 물론이고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비자(0.54TWh) 보다도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赵长鹏) CEO는 18일 자신의 트워터를 통해 "리플은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저렴하다. 활발한 커뮤니티, 국가간 송금 시스템이라는 전문적 기술 모두 리플만이 가진 장점"이라며 "향후 바이낸스에서 더 많은 투자자가 리플을 통해 거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금융 및 경제 전문 방송채널 CNBC의 크립토레이더(CRYPTOTRADER) 프로그램 진행자 겸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랜 노이너(Ran Neuner)는 20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그동안 암호화폐 관련 잘못된 투자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특히 XRP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던 발언이 최악이었다"며 후회했다. 최근 그는 18일 'BCH 해시 전쟁'을 평가하며 "BCH 하드포크로 야기된 혼란 속 투자자는 BTC, BCH를 버리고 XRP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png 자료 : 코인마켓캡

◆ 증권형 토큰 분류 여부, 주요 리스크 주목

물론 리플 관련 리스크도 존재한다. 바로 증권형 토큰 분류 여부다.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면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거래에 제한이 생기고 당국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형 토큰 관련 실질적 액션을 취하면서 다시 한번 제기됐다. 지난 주말 SEC는 발행 1년이 지난 토큰 2개를 '증권'으로 분류, 동시에 해당 ICO 프로젝트에 투자금 반환(판매 당시 가격)과 25만 달러 벌금형이라는 '역대급' 징벌을 가했다. 앞서 SEC는 미국 내 등록하지 않은 채로 증권형 토큰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지난 11월 9일 암호화폐 거래소 이더델타에 4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리플은 지난 5월 이후 4건의 증권 규정 위반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다. 이 중 가장 최근 소송 건은 7월 3일 일반 투자자 데이비드 오코너(David Oconor)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마티오카운티 고등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원고 측은 리플 발행 및 운영을 담당하는 리플랩스(Ripple Labs)와 XRP II(리플 금융 서비스 사업사) 등이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부당하게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리플랩스의 토큰(XRP) 관리 및 배분 방식 △리플 사의 중앙 통제권 및 취약한 분권화 수준 등을 근거로 리플이 증권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리플(XRP) 보유자가 투자 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피고 측이 이 점을 강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리플은 증권형 토큰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 전문가 의견은 갈린다.

SEC의 전 직원 마이클 디디욱(Michael Digiuk)은 "리플은 증권(Security)가 아닌 통화(Currency)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금 투자 여부 △공동 사업에 자본 투자 투입 여부 △투자로부터 수익 창출 기대 △이익을 추진하는 제3자의 노력 여부 등 미국의 증권형 토큰 분류 기준인 '하위테스트(Howey test)'에 리플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플사 또한 리플(XRP)이 증권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월, 리플 수석 시장 전략 분석가 코리 존슨(Cory Johnson)이 공개 인터뷰를 통해 "리플(XRP)은 증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리플(XRP) 원장은 분산화되어 있고, 리플랩스는 리플(XRP)로부터 독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前)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게리 겐슬러(Gary Gensler)는 "이더리움과 리플(XRP)이 당국 규정에 따르지 않는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에는 뉴욕타임즈(NewYork Times)가 리플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힌먼(William Hinman) SEC 이사는 리플의 증권형 분류 관련 모호성을 인정했다. 그는 "리플 보유자가 기업 주식 보유자처럼 투표권이나 배당을 받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채굴 모델 등 측면에서 볼 때 리플은 분명 비트코인, 이더리움보다 증권형에 가까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앙 집중형 구조가 리플의 증권형 분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플랩스 및 창업주가 리플 발행량 1,000억 개 중 770억 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리플 탄생 이후 최근까지 리플랩스가 거래 검증 노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통제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리플의 증권형 분류 판결이 단기간 내 나올 가능성은 적지만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심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플이 증권형으로 분류된다면 리플 보유자는 리플 회사 소유권 일부를 보유하게 된다. 리플은 증권법에 근거해 국경 간 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며 '결제 수단'이라는 핵심 기능을 잃을 수 있다. '피해자 보상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거액의 손해 배상 의무도 지게 된다.

미국 정부 법률 변호사 제이크 체르빈스키(Jake Chervinsky)는 "리플이 증권형으로 분류될 경우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발행하는 토큰 모두가 유가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해당 이슈 결과에 따라 미국 암호화폐 규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플.jpg◆ '송금 결제 수단', 중장기 기술 우위 뚜렷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리플에 거는 기대는 높다. 단순 투자 수단이 아닌 송금 결제 수단으로서 기술적 우위 확보가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플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는 크게 엑스커런트(xCurrent), 엑스레피드(xRapid) 등이 있다. 엑스커런트가 SWIFT(국제은행간 금융통신협회) 등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한 지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엑스레피드는 국가간 실시간 결제를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지난달 선보인 엑스레피드는 법정화폐를 리플로 전환, 해외 송금 후 현지 통화로 환전할 수 있어 기존 금융 거래 방식 보다 결제 비용이 저렴하다는 평가다. 이미 머큐리FX(MercuryFX), 쿠알릭스(Cuallix), 캐털리스트 코퍼레이트페더럴 크레딧유니언(Catalyst Corporate Federal Credit Union) 등 글로벌 유수 금융 기관이 엑스레피드 도입을 공식화했다.

리플의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네트워크 리플넷(RippleNet) 가입을 원하는 글로벌 대형 기업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10대 은행 PNC 뱅크, 사우디아라비아 내셔널 커머셜뱅크오브사우디아라비아(National Commercial Bank of Saudi Arabia)가 리플에 합류했고 지난달에는 영국에 기반을 둔 기업 부문 외환 서비스 제공업체 머니네틴트(Moneynetint)가 리플 참여 소식을 알렸다. 

리플넷은 현재 6개 대륙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2017년 한 해 동안 총 20억 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송금 및 지급 업체, 금융 기관 등 글로벌 참여 금융 기관만 100여 개다.